• HOME
  • LOGIN
  • JOIN
  • SITEMAP
  • 학부모마당
가정통신문 홈 > 학부모마당 > 가정통신문
가정통신문 게시물 내용 열람
제목 어린이날 학부모님께 드리는 교육감 편지
이름 김도아
조회수 1663
등록일 2011-05-04
내용
제89회 어린이날을 맞아 학부모님께 드리는 교육감 편지
 
“부모는 멀리 보라하고 학부모는 앞만 보라 합니다.
부모는 함께 가라하고 학부모는 앞서가라 합니다.
부모는 꿈을 꾸라 하고 학부모는 꿈을 꿀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당신은 부모입니까? 학부모 입니까?”
 
같은 사람인 부모와 학부모를 이렇게 편가를 수 있는지, 그리고 원인에 대한 언급 없이 '학부모‘ 책임만을 강조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우리 교육현실의 아픈 그림자와 학부모로 사는 일의 어려움을 잘 드러낸 공익광고 문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경기도교육감 김상곤입니다.
89회 어린이날을 맞아 존경하는 학부모님 여러분께 편지를 씁니다.
 
무럭무럭 자라나는 어린 새싹들은 언제나 우리의 미래이자 희망입니다. ‘어린이’의 어원을 ‘얼인 이’로 풀이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영혼을 뜻하는 우리 말인‘얼’, 그 자체로 사람이라는 뜻이지요. 소파 방정환 선생님이 ‘어린이’라는 말을 만드시고 어린이날을 제정하신 뜻은 우리 어린이들의 맑은 영혼이 온전하고 아름답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는 의미일 것입니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한 영국의 시인 워즈워스의 말처럼 때로는 어린이들의 모습에서 어른들이 진실을 배워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 현실 속에서 이렇게 소중한 존재인 어린이를 교육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어린이들을 존엄한 인격체로 존중하면서 온전한 인격적 성장과정을 돕는 기쁨보다, 척박한 교육현실에서 내 아이가 경쟁에서 뒤처지면 안된다는 본능적인 조바심으로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자녀교육의 고민을 더욱 깊게 합니다. 분명한 것은 어린이가 행복하지 않을 때, 부모도 행복할 수 없고 우리 사회 또한 함께 불행해진다는 사실입니다. 과도한 경쟁교육은 누군가를 끊임없이 ‘낙오자’로 전락시키고 공동체적 가치를 상실하게 하면서 결과적으로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고 만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어린이를 교육할 때는 세심하게 살펴야 합니다. 우리 어른들이 어린이들의 배움에 대한 즐거운 본능을 빼앗는 것은 아닌지, 눈앞의 ‘순위’만을 보고 어린이가 지닌 잠재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어린이 헌장에 나와 있는 말처럼 모든 어린이는 항상 따뜻한 가정에서 사랑 속에 자라야 하고, 고른 영양 섭취와 함께 맑고 깨끗한 환경에서 살 수 있어야 합니다.
 
존경하는 학부모님!
“만약 아이들이 병들었다면, 그것은 마음껏 놀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이들의 복수다” 독일계 미국인인 철학자 에리히 프롬의 말입니다.
여러분의 자녀가 밝게 자랄 수 있도록 창조정신과 잠재력을 지지하고 격려해 주십시오.
멀리 보고, 함께 가고, 꿈을 꾸게 해 주십시오. 자녀의 눈높이에서 다정하게 이야기를 건네주십시오. 어른과 사회에 대한 신뢰와 존경심을 갖고 자랄 수 있도록 보살펴 주십시오. 어린이의 문제는 언제나 ‘어린이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어른들의 문제임을 함께 인식해 주십시오.
 
성장의 과정은 어쩔 수 없이 실수와 과오가 수반되는 시행착오의 과정이며 어린이들은 이러한 과정을 지혜롭게 거쳐나갈 때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저마다의 개성과 다양한 재능을 표출하는 방법에서 여러 가지 갈등이 일어날 때 때로는 엄격하게, 때로는 다정하게 올바른 태도를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공동체 생활의 질서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에 대해서는 분명한 원칙으로 잘못을 깨닫게도 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근본은 어린이들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바탕으로 그들의 에너지를 창조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어야 합니다.
 
우리 어린이들이 처한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아이들이 학습에서 실패하는 근본원인을 집요하게 탐구한 미국의 교사 ‘존 홀트’에 의하면, 끊임없이 ‘정답’만을 강요하는 어른의 요구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기대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낳고 이것 때문에 배움에 실패한다고 밝힙니다. 이 두려움이 어린이가 본능적으로 지닌 도전정신과 창조력, 이해력을 말살시키고 나아가 인격과 지성의 조화로운 성장을 방해한다는 것입니다.
가난하거나 바쁜 부모님 생활 때문에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어린이, 감당하기 버거운 과중한 학습 부담에 짓눌리는 어린이, 더불어 사는 기쁨보다 이기적 태도를 먼저 익히며, 좁게는 부모와 학교의 언어폭력과 체벌, 넓게는 사회적인 각종 폭력에 휩싸이는 우리 어린이들의 현실은 이제는 모두의 마음을 모아 바꾸어 나가야 합니다.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잘못된 문화와 제도를 새롭게 해야 합니다.
존경하는 학부모님!
우리 어린이들은 바로 지금 행복하게 배우고 자신의 재능과 소질을 맘껏 발휘하며 성장할 자유와 권리가 있습니다. 그 출발은 가정에서 충분한 사랑과 존중을 받으며 자라는 환경입니다. 존중받으며 자란 어린이가 존중할 줄 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원리입니다. 나아가 ‘한 어린이를 기르기 위해서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학교, 지역사회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나서서 우리 어린이들을 미래사회가 필요로 하는 소중한 민주시민으로 길러내야 합니다.
 
우리를 기다리는 미래사회는 첨단 물질문명이 주는 풍족함만이 아닌, 인간 중심의 시대, 공감과 창조와 상상력이 단순 지식보다 더 귀하게 여겨지는 감동적인 사람의 시대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우선으로 익히며, 따뜻하고 아름다운 정이 넘치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창의적인 힘을 가진 사람으로 길러야 합니다. 저와 경기교육가족 또한 진정한 마음으로 어린이를 사랑하고 교육하는 일에 온 마음을 다해나가겠습니다.
 
올해 어린이날에는 학부모님과 모든 어른들이 자녀와 어린이들의 ‘아름다운 내면’을 찬찬히 보아주시면서, 그 동안 잊고 살았던 창조성, 놀이, 단순함, 솔직함, 순수함, 유연함, 친근함 등의 어린이가 지닌 미덕을 다시 생각하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은 어떠하신지요?
 
학부모님의 가정에 오월의 햇살 같은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1년 5월 5일
 
경기도교육감 김 상 곤
목록보기